로비스트 제도화

“로비 활동 감시하려면 로비스트 등록 의무화해야”

전관예우 논란이 재연될 때마다 미디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인물이 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조승민 박사다. 조 박사는 2005년 ‘로비의 제도화’(삼성경제연구소)를 펴낸 바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로비 제도화’ 전문가다.

조 박사는 지난 2월 28일 서울 여의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사무실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전관예우의 부작용을 막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의 관련 규정 강화, 둘째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를 압박하는 것, 마지막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일반화돼 있는 로비공개법의 제정이라고 했다.

공직자윤리법 부작용 줄이려면

먼저 공직자윤리법의 관련 규정 강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조 박사는 말한다. “변호사자격증 등 관련 자격증이 있는 판사와 검사, 세무공무원도 퇴임 후 법무법인 등으로 자리를 옮기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현재보다 심사기준과 과정이 더 엄격해져야 할 것이고,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이해충돌은 자본금이나 외형거래액과 상관없이 발생하므로 현재 50억원, 150억원 이상으로 규정된 자본금과 외형거래액 규정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의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각종 편법이 등장했다. 용역이나 자문계약을 맺는 식의 간접 취업을 하면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 법조계의 전관예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현행 변호사법은 공직 퇴임 변호사는 퇴직 전 1년 동안 자신이 근무했던 국가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이 조항은, 법무법인에 들어가면 개인 이름 없이 법인 차원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김영란법’만이 현실적 대안

전관예우 논란을 지켜봐온 전문가들은 ‘김영란법’만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한다. 이 법은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해 공직자의 금품·향응 등의 수수 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 추구를 금지하여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통제장치를 입법화하려는 것이다.

“이 법안에는 부정청탁의 정의와 함께, 부정청탁 행위와 부정청탁에 따른 직무 수행을 금지하는 내용과 처벌조항을 담고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도 담고 있다. 공직자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의 수행을 금지하고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에 대한 제척, 회피, 기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의 공직자, 지방자치단체의 장, 공공기관의 장 등 고위 공직자가 신규로 임용되는 경우 임용되기 전 2년 이내의 민간부문 재직 시 이해관계를 신고해야 하며,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직무를 임용 이후 2년간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 박사는 “공직자윤리법이 공직 퇴직 후 자리를 옮기는 과정과 관련된 사항을 규제한다면, 김영란법은 전관들이 다시 공직으로 돌아오는 경우와 관련된 규제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2년에 이해충돌 관련 규정을 종합해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했다. 캐나다에서도 윤리경영으로 운영돼 왔던 이해충돌 관련 내용을 2006년에 독립된 법률인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제정해 운용 중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2003년부터 공공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회원국에 권고하고 이행 상황을 관리해오고 있다.

로비 제도화로 부작용 줄여야

현재 우리나라에는 로비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거나 직접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로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변호사법 등 여러 법적·제도적 장치가 로비행위를 직·간접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제3자가 행하는 로비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조승민 박사의 말이다.

“그런데 대기업에 고용된 사람이 자신이 속한 기업체 등의 이익을 위해 행하는 로비행위는 위법이 아니다. 또한 이런 활동을 공개하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대기업들은 ‘유력 전관’을 영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막강한 재력을 가진 대기업 등이 전관을 영입해 로비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며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들의 로비스트화(化)’ 논란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조 박사는 로비공개법의 입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퇴직한 공직자들이 대기업 등에서 하는 활동을 공개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로비공개법은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을 하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그들의 활동을 신고·공개하는 규정을 포함하는 것이다. 신고와 공개, 그 자체로도 로비활동을 어느 정도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 제1조를 근거(right to petition)로 하여 당사자가 직접 행하는 로비는 물론, 제3자의 로비활동도 헌법적 권리로서 인정된다. 아무런 규제 없이 행해지던 로비활동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바로 미국의 ‘로비 제도화’ 과정이다. 로비활동 규제론자들의 최대 명분 중 하나는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였다. 따라서 규제의 핵심은 바로 ‘로비활동의 공개’였다. “헌법적 권리를 내세워 위헌론까지 제기한 반대론자들로 인해 현재의 제도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1876년 로비활동 규제론이 연방의회에서 거론된 지 70년이 지난 1946년에야 비로소 연방로비규제법이 제정됐다. 그리고 현행법인 연방로비공개법은 그로부터 또 50여년이 지난 1995년에 이뤄졌다.”

사회자본 형성 위해 전관예우 없애야

이 법에 의해 미국의 로비스트들은 자신들의 활동 내용을 6개월에 한 번씩 의회 사무국에 보고해야 한다. 전직 의원이나 고위 관리가 자리를 그만두고 로비스트로 변신해 옛 동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회전문 현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퇴임 후 1년간 로비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미 무역대표부 대표 및 부대표를 지낸 인사의 경우 해외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평생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캐나다는 1988년에 로비스트등록법을 통과시켰다. 규제의 강도는 미국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은 1985년 하원의 결의로 로비스트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조 박사는 전관예우는 사회자본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관예우의 문제는 사법 정의와 정부의 신뢰, 공정성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사회자본의 핵심은 신뢰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신뢰 없이 사회자본의 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관예우의 문제는 사회자본의 형성을 위해서도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